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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팁 & 생활 가이드

말레이시아 라마단과 하리 라야

by dalbit 2025.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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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는 다문화 사회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중에서도 이슬람 문화는 말레이시아 사회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요. 인구의 약 60%가 무슬림인 말레이시아에서는 라마단(Ramadan)과 그 후에 이어지는 하리 라야 아이딜피트리(Hari Raya Aidilfitri)가 국민적인 큰 명절로 여겨집니다. 오늘은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말레이시아의 라마단과 하리 라야 문화를 소개해드릴게요.


라마단이란 무엇인가요?

라마단은 이슬람력으로 아홉 번째 달을 의미하며, 무슬림들이 해가 떠 있는 동안 금식(fasting)을 하는 신성한 기간이에요.  이 시기는 이슬람 최고의 성스러운 달로 간주되며, 코란(꾸란)이 처음으로 무함마드 예언자에게 계시된 때이기도 합니다. 이슬람교의 5대 의무(5 Pillars of Islam) 중 하나가 바로 이 라마단 금식입니다. 나머지 4개는 신앙고백, 기도, 자선, 메카 성지순례예요.

 

라마단때는 음식뿐 아니라, 물, 흡연, 욕설, 나쁜 행동 등을 삼가며 자기 절제와 기도를 통해 신앙심을 되새기는 시간입니다. 말레이시아에서도 이 시기가 되면 도시의 분위기가 조금 달라져요. 무슬림들은 새벽에 일어나 수후르(sahur)라는 이른 아침 식사를 하고, 해가 진 뒤에는 가족들과 함께 이프타르(ifṭār)라는 저녁 식사를 즐깁니다.

 

무슬림들이 라마단 동안 금식하는 이유는 단순히 배고픔을 참기 위한 것이 아니에요. 이 시기는 영적으로 자신을 정화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수련의 시간이에요.

라마단을 실천하는 이유는?

  1. 자기 절제와 인내심을 기르기 위해
  2. 배고픔과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공감하기 위해
  3. 자신의 죄를 속죄하고, 알라와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4. 기부와 자선을 통해 공동체에 공헌하기 위해

그래서 라마단은 단순히 음식의 절제가 아닌 '삶의 태도'를 돌아보는 시간이에요.


말레이시아의 라마단 분위기

말레이시아에서는 라마단이 되면 도시 전체의 분위기가 평소와 달라져요. 낮에는 조용하고, 해 질 무렵부터는 활기를 띠기 시작해요. 학교와 회사의 근무 시간이 조정되어 조금 일찍 끝나거나 점심시간이 없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방송사도 라마단 특집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종교적인 음악과 메시지가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 자주 들립니다. 쇼핑몰, 음식점도 해가 질 때까지 조용하다가, 이프타르(저녁 식사) 시간이 다가오면 갑자기 바빠져요.


따뜻한 연결의 시간, 라마단의 모임 문화

라마단은 흔히 ‘금식의 달’로 알려져 있지만, 말레이시아에서 이 시기를 경험해 보면 단순히 먹지 않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이 기간은 오히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달입니다. 가족과 친척, 친구, 이웃들이 함께 모여 하루를 정리하고,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 되거든요.

 

해가 지고, 하루의 금식이 끝나는 순간을 이프타르(Iftar)라고 부릅니다. 많은 말레이 무슬림들은 이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요. 따뜻한 밥상에 둘러앉아 첫 입을 대추야자(Dates)와 물로 시작하고, 이어서 향긋한 전통 음식을 나눕니다. 매일 반복되지만, 그 안에는 고마움과 사랑이 스며들어 있어요. 이프타르는 단지 ‘저녁 식사’ 그 이상의 의미를 가져요. 바쁜 일상 속에서 잊기 쉬운 소중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되살리는 시간이기도 하죠. 그래서 라마단 기간 동안에는 자연스럽게 서로의 집을 오가며 식사를 함께하는 문화가 더 활발해집니다. 친구 집에 초대되어 이프타르를 함께 하기도 하고, 회사나 학교에서는 직원, 학생들이 모여 단체로 저녁을 먹는 일도 흔합니다. 그 자리는 단순한 식사 자리가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따뜻한 모임이 돼요.

 

라마단의 밤은 또 다른 의미로 아름다워집니다. 많은 무슬림들이 모스크로 향해 하루의 마지막 기도를 드리기 위해 모여요. 특히 라마단 한 달 동안만 드리는 특별한 밤기도인 타라위(Tarawih)는 그 분위기 자체가 경건하면서도 평화로워요.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정갈한 마음으로 모스크에 모여 신의 뜻을 되새깁니다. 그 모습은 마치 한국의 명절 아침, 조용히 조상님께 절을 올리는 가족들의 모습과도 닮아 있어요. 그리고 라마단은 나눔의 계절이기도 해요. 말레이시아에서는 이 시기에 자카트(Zakat)라는 의무적 자선을 실천합니다. 이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기부의 일환인데, 많은 사람들이 무료 식사 나눔, 기부 캠페인, 고아원 방문 등을 통해 자신의 풍요를 나누려 해요. 음식은 더 맛있고, 마음은 더 따뜻해지는 달이 바로 라마단인 셈입니다.

 

결국, 라마단은 개인의 종교적 수련을 넘어, 함께 살아가는 삶의 본질을 되새기는 시기입니다. 말레이시아에서의 라마단은 단지 고통을 참는 시간이 아니라, 공동체가 하나 되어 배려와 나눔, 신앙과 감사의 마음을 나누는 특별한 한 달로 기억됩니다. 하루에 한 번, 소중한 사람과 함께 식사하는 이 문화는 바쁜 현대 사회 속에서도 오래도록 따뜻함을 전해줍니다.


라마단 바자르(Ramadan Bazaar) – 말레이시아의 진짜 매력!

라마단 기간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바로 라마단 바자르(Ramadan Bazaar)입니다. 해가 지기 전부터 도로와 공터에 수많은 노점들이 들어서고, 다양한 전통 음식과 길거리 음식이 판매돼요. 현지인뿐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 인기 많은 명소죠.

 

라마단 바자르는 오후 늦게, 대체로 오후 4시부터 시작해 이프타르 시간 전후인 저녁 8시쯤까지 활기를 띱니다. 특히 이프타르가 한~두 시간 시작하기 전에  6시~7시 사이에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몰리기 때문에, 원하는 음식을 사려면 조금 일찍 가는 게 좋아요.

인기 있는 라마단 바자르 음식:

  • 나시 레막(Nasi Lemak): 코코넛 밀크에 지은 밥과 매콤한 삼발 소스를 곁들인 말레이 대표 음식
  • 미고렝(Mee Goreng): 매콤한 말레이식 볶음면
  • 아얌 퍼첵(Ayam Percik): 향신료 양념 치킨 바비큐
  • 부부르 람당(Bubur Lambuk): 고기와 향신료를 넣은 죽
  • 카야 토스트, 로티 존(Roti John): 길거리 스타일의 팬 샌드위치

라마단 바자르 100% 즐기는 팁!

  1. 너무 늦게 가지 마세요
    인기 있는 음식은 6시 30분 사이에 금방 품절될 수 있어요. 4시 반5시 사이에 가는 게 가장 좋아요.
  2. 소지품 주의!
    사람들이 많이 몰리기 때문에 가방은 꼭 앞에 메고, 지갑이나 휴대폰을 잘 챙기세요. 도난은 드물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어요.
  3. 현금 준비 필수
    일부는 QR결제를 받지만, 여전히 많은 노점은 현금만 받습니다. 잔돈도 넉넉히 준비해두면 편해요.
  4. 천천히 구경하고 소통하세요
    상인들은 대부분 친절하고 유쾌해요. 직접 요리 과정을 볼 수도 있고,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 물어보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어요!
  5. 위생적으로 보이는 음식을 고르세요
    음식이 뚜껑으로 덮여 있거나 랩으로 포장되어 있는지, 조리 도구를 장갑이나 집게로 사용하는지, 손님 앞에서 바로 조리하는지를 살펴보세요. 음식이 오래 진열된 것보다는 따뜻하게 유지되는 음식이나 방금 만든 듯한 음식을 고르는 게 좋아요. 상인이 위생모자나 앞치마를 착용하고 있다면 더 신뢰가 가는 포인트예요!
  6. 추천 바자르 지역
    • 쿠알라룸푸르: TTDI, Kampung Baru, Jalan Raja Alang
    • 조호르바루: Taman Suria, Angsana
    • 페낭: Bayan Baru, Jalan Makloom
    • 말라카: Bukit Baru, Taman Melaka Baru

라마단 바자르는 단지 ‘먹거리 시장’이 아니라, 말레이시아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축제의 장이에요. 이프타르를 앞두고 분주히 움직이는 상인들, 가족과 함께 음식을 고르는 모습, 웃으며 음식을 나누는 사람들… 그 풍경은 말 그대로 따뜻한 공동체의 모습 그 자체입니다. 말레이시아에서 라마단을 맞이한다면, 바자르 구경은 절대 빼놓지 마세요. 한 끼의 식사 이상으로 마음까지 채워줄 경험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하리 라야 아이딜피트리란 (이드 알피트리 / Eid al-Fitr)? 

하리 라야 아디필트리(Hari Raya Aidilfitri)는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기다려지는 명절 중 하나예요. 라마단이 끝나면, 이슬람력 10월 1일에 하리 라야 아이딜피트리가 시작됩니다. 이는 한국의 설날과 매우 비슷한 개념으로, 가족과 친척들이 함께 모여 기도하고, 전통 음식을 먹으며 축하하는 날이에요.

하리 라야의 전통:

  • 가족 방문(Open House): 친척이나 이웃들이 서로의 집을 방문하며 음식과 인사를 나눔
  • 쿠에 라야(Kuih Raya): 하리 라야 때 먹는 전통 쿠키와 과자
  • 두옷 꾸룽(Baju Kurung), 바주 멜라유(Baju Melayu): 전통 의상을 입고 기도와 축하 행사 참여
  • 현금 봉투(Duit Raya): 어린이들에게 주는 돈 봉투. 한국의 세뱃돈과 비슷!

하리 라야 당일 아침, 이슬람 신자들은 모스크에서의 특별 예배(Solat Sunat Aidilfitri)로 하루를 시작해요. 남녀노소 모두 전통 의상인 바주 멜라유(Baju Melayu)와 바주 쿠룽(Baju Kurung)을 차려입고 모스크로 향합니다. 예배 후에는 서로 인사를 나누며 마음을 나누는 따뜻한 순간이 이어집니다. 예배가 끝난 뒤, 가족끼리 또는 친척, 친구들과 bermaaf-maafan이라는 용서의 문화를 실천합니다. 손을 잡고 "Maaf Zahir dan Batin" (육체적·정신적으로 지은 죄를 용서해주세요)라고 말하며 진심을 전해요. 이때 아이들은 어른들로부터 '두잇 라야(duit raya)'라는 용돈을 받는 전통도 있답니다. 

하리 라야의 대표 음식들

하리 라야 하면 음식을 빼놓을 수 없죠!
말레이 전통 음식이 온 집안을 가득 채웁니다.

  • 렌당(Rendang) – 진하게 졸인 고기 요리
  • 르마장(Lemang) – 대나무에 찹쌀을 넣어 구운 음식
  • 사테(Satay) – 꼬치구이와 땅콩 소스
  • 쿠이 무이(Kuih Muih) – 형형색색의 전통 디저트

집마다 음식 종류도 다르고, 친척집을 방문하며 다양한 요리를 맛보는 재미도 쏠쏠해요!

가족과의 소중한 시간, 그리고 긴 휴가

말레이시아에서는 하리 라야를 위해 최소 3~7일, 길게는 2주까지 휴가를 잡는 경우도 많아요. 가족, 친구, 이웃과 함께하며 오랜만에 만남을 즐기고, 마음껏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에요. 아이들은 사촌들과 뛰놀고, 어른들은 추억을 나누고, 모두가 하나 되어 웃음 짓는 명절!

Balik Kampung – 모두가 고향으로!

말레이시아 정부도 하리 라야 기간을 공휴일로 지정해 온 나라가 축제 분위기로 바뀌어요. 고속도로는 고향을 향하는 차량들로 가득하고, 쇼핑몰은 화려한 장식과 할인 행사로 붐비죠.

 

하리 라야 기간에는 상점, 음식점, 카페 대부분이 휴무입니다. 도시는 조용하고, 쇼핑몰도 최소 인력만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요.

 

하리 라야가 다가오면 전 국민이 '발릭 깜풍(balik kampung)', 즉 고향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펼쳐져요. KL이나 조호르바루 같은 대도시는 조용해지고, 대신 고속도로는 차량들로 꽉 막히는 풍경이 연출됩니다.

고향에 도착하면 마을은 오히려 더 북적북적!
아이들의 웃음소리, 음식 냄새, 친척들의 반가운 얼굴이 가득해요.

쿠알라룸푸르 vs 고향의 라야 분위기

도시 (KL 등) 고향 마을
도로 한산함 도로 정체
상점 대부분 휴업 이웃끼리 음식 나눔
외국인 여행객만 간간히 가족과 친척의 모임
조용한 모스크 사람들로 가득 찬 모스크

한국과의 차이점은?

한국에서는 설날이나 추석에 온 가족이 모여 밥을 먹고 세배를 하는 문화가 있지만, 말레이시아에서는 종교적 의미가 훨씬 더 강하고, 기도나 금식, 자선 활동 등이 강조돼요. 특히 라마단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1개월 동안 계속되는 신앙의 실천이라는 점에서 특별하죠. 그리고 한국의 명절 음식은 대부분 집에서 직접 만들지만, 말레이시아는 바자르나 상점에서 사 먹는 문화가 비교적 더 발달했어요. 또 종교적인 영향으로 술, 돼지고기 같은 음식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것도 큰 차이입니다.


여행자에게 추천하는 라마단 & 하리 라야 시즌

이 시기에 말레이시아를 여행하게 된다면, 다음을 꼭 경험해보세요:

  • 라마단 바자르 투어: 쿠알라룸푸르, 페낭, 조호바루 등 지역별로 특색 있는 바자르들이 있어요.
  • 오픈 하우스 방문 체험: 지역 주민들과 친해지면 오픈 하우스에 초대받을 수도 있어요.
  • 전통 의상 체험: 현지 쇼핑몰에서 저렴하게 구입 가능!

다만, 무슬림이 많은 지역에서는 낮 동안 음식점이 대부분 문을 닫기 때문에 일정 조율에 유의해야 해요.


말레이시아의 라마단과 하리 라야는 단순한 종교 행사를 넘어 가족, 공동체, 나눔, 절제의 가치를 되새기는 소중한 시간이랍니다.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문화지만, 이런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자세는 우리가 더 넓은 세상을 만나는 첫걸음이 될 수 있어요.

 

말레이시아의 다양하고 따뜻한 문화를 여러분도 꼭 경험해보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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